신촌블루스 2집 (1989) - 바람인가 빗속에서 / 골목길

오래전 신촌블루스 1집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2집을 소개해드립니다.

신촌블루스 2집도 1집과 마찬가지로 여러 보칼이 고루 노래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정서용씨, 엄인호씨, 김현식씨, 이정선씨, 봄여름가을겨울..

한 앨범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보칼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인 듯 합니다.

이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람인가/빗속에서'입니다. 이 노래는 1집에서 한영애씨가 불렀던 '바람인가'와 이영훈씨가 작곡한 '빗속에서'를 '블루스 메들리'라는 이름으로 엮어서 (그래서 노래 제목도 '바람인가/빗속에서'입니다.) 엄인호씨와 김현식씨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정선씨가 부른 '산위에 올라'는 그 흥겨운 리듬감때문에 몸이 들썩일 정도구요.. ^^ 정서용씨가 부른 '빗속에 서있는 여자'도 느낌이 오는 곡입니다. 끈적한 느낌의 블루스 넘버라 요즘같이 비오는 밤에 듣기에 좋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음원에서 지원을 하지 않는군요.

그리고 이 앨범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아마도 故 김현식씨가 부른 '골목길'이 아닐까 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보칼을 맡은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은 다소 그들 봄여름가을겨울의 냄새가 많이 풍겨서 신촌블루스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1. 신촌블루스 - 황혼 (정서용 노래)
2. 신촌블루스 - 바람인가/빗속에서 (엄인호, 김현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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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촌블루스 - 산위에 올라 (이정선 노래)
4. 신촌블루스 - 환상 (김현식 노래)
5. 신촌블루스 - 아무 말도 없이 떠나요 (이정선 노래)
6. 신촌블루스 - 골목길 (김현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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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신촌블루스 -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
8. 신촌블루스 - 빗속에 서있는 여자 (정서용 노래)
9. 신촌블루스 - 루씰 (엄인호 노래)

앨범 및 수록곡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앨범 속지를 읽어보세요~~~

아래 앨범의 속지는 가요 평론가이신 선성원씨께서 쓰신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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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블루스의 2집 앨범이 89년 벽두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솔직히 지난 2-3년간 우리 가요의 패턴은 발라드와 댄스뮤직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에 음악 애호가들은 차츰 식상케되고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을때 하나의 청량제적인 구실을 한게 88년 1월에 출반된 신촌블루스 1집이었다. 기존 블루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논 이 앨범은 비단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가요 쟝르에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음반이었다. 

그로부터 만 1년이 지난 89년 신춘 벽두를 맞아 이들 신촌블루스는 보다 성숙한 분위기로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이다. 헌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신촌블루스를 자칫 그룹으로 규정짓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그룹은 아니다. 다시 말해 블루스를 좋아하는 음악인들이 모여서 서클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표현하면 조인트 그룹이 타당할게다. 

즉 어느 누구이건 블루스 애호가라면 신촌블루스에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특정 멤버가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초창기부터 이정선, 엄인호가 주도하고 있으며 1집에 참여했던 정서용이 홍일점으로 참여한 것 외에는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김종진이 이들의 음악적 컬러를 보다 확실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전작 앨범이 다분히 조심스런 실험작이었는데 반해 이번 2집은 블루스 락의 색깔이 농후해 1집과는 상당한 차이와 변화가 있다. 그러나 물론 정통 블루스 넘버가 없는 게 아니다. 블루스의 대가 B.B.King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하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에서 끈적끈적한 슬로우 핸드의 기타 플레이는 블루스/프레이즈를 보다 확실히 느끼게 한다. 

'산위에 올라'는 블루스 락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곡으로 비트가 있는 흥겨움이 있으며 한영애의 2집에 담긴 '루씰'(엄인호 노래) 은 분명 같은 곡이련만 엄인호의 그것은 전혀 다른 곡처럼 느끼게 하는게 중간 도입부의 빠른 블루스 기타 워크가 가히 압권이다. 

이 앨범에서 이색적인 레퍼토리는 '환상'(김현식노래)으로 마치 70년대를 풍미한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효시격인 노래인 'The Sound Of Philadephia'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게 김현식의 소울풀한 창법이 돋보이는 흥겨운 곡이다. 

이에 반해 '블루스 메들리'는 김현식, 엄인호가 함께 주거니 받거니식으로 노래한 이색곡으로서 흡사 '블루 아이드 소울'의 명수 라이처스 브라더스를 연상케하는 수준 높은 곡으로 지금껏 가요 패턴에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을 채택한 것도 흥미롭다. 

그러가하면 국내 유일의 퓨전 재즈 그룹 봄,여름, 가을,겨울의 김종진이 참여한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은 소위 Sade 풍의 라틴 리듬인 보사노바 리듬으로 처리된 고급스런 분위기로 김종진의 보칼은 마치 마이클 후랑스를 연상케하는 이색적인 곡이다. 

정서용은 이 앨범에서 2곡을 노래하는데, 복고적인 올겐 연주와 기타 리프가 강한 전형적인 블루스 넘버 '빗속에 서있는 여자'에서 블루스의 여왕 '베스 스미스'의 체취를 느끼게 해주는가 하면 그룹 산울림의 9집에 수록된 '황혼'에서는 끈끈하고 묘한 성적 어필을 자극하는 멋을 표출시키면서 한영애에 이은 블루스 싱어로 성큼 도약했음을 유감없이 발취하고 있다. 

'골목길'(김현식 노래)은 레게와 훵키를 믹스한 것으로 다분히 댄스 리듬으로 처리한게 소울 전성시대의 연주 스타일을 채택한 것도 이채. 

이처럼 이번 2집은 상당한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상업적으로도 꽤나 흥미를 끌 듯한 가운데 이제 신촌블루스는 명실공히 89년 가요계를 선도해 나갈 대표주자로 긍지를 부여해본다. 

글/선성원 (팝&가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