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타남매의 음악 소양을 위하여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도록 공연하는 "동물의 사육제"를 보러 대학로에 갔습니다. 그동안 뮤지컬이나 연극만 보러갔는데,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발이 날리며 도로위에 눈이 잔뜩 쌓이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매를 한 상태라 표를 물릴 수도 없어서 그냥 달려갔습니다. ㅋㅋ 눈 때문에 조금 늦을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내달려서 갔습니다. 다행히도 주차장에 들어가니 20분 정도 남더라는~
예매했던 표를 찾아 공연장인 6층 "창조콘서트홀"로 올라가니 어린 아이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우연찮게 타순양의 친구도 거기서 만났습니다. 사진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누가 와서 친구가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나중에 물어보니 유치원의 같은 반이라고 하더군요. ㅋㅋ 그래도 같은 "동물의 사육제"를 보러 온 것은 아니고, 그 옆에서 하는 "신데렐라"를 보러 왔던 모양입니다.
눈 때문에 늦게 오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인지, 아니면 눈으로 지각(그냥 추측 ㅋㅋ)했을지도 모를 연주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공연 시각인 2시부터 다소 늦게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의 현악기군과 두대의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그리고 실로폰이 악기로 나왔습니다. 지휘자분께서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차근 차근 하나씩 설명을 해주면서 음악을 들려줘서 아주 좋았습니다. 저도 동물의 사육제를 아주 오래전 어렴풋이 들어본 기억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상당히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습니다.
아~ "동물의 사육제"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 오페라의 서곡 이야기를 하면서 들려준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이었습니다. 비발디가 묘사한 겨울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부분 부분 들려주어 이해가 더욱 잘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고, 이무지치 합주단의 연주로 수도 없이 들었던터라, 연주자분들이 들려주는 "사계"는 사실 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만, ㅎㅎ 아이들에게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휘자분께서 하신 설명을 대충 조합해서 말하자면, "동물의 사육제"는 작곡가 생상이 50대에 만든 곡이라고 하며, 동시대에 리스트, 베를리오즈 등 여러 유명한 작곡가들이 활동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의 사육제"는 총 14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아니스트' 한곡만 빼고는 모두 동물들이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몇몇 곡들은 당시 생상을 비판하던 동료 작곡가들의 음악을 인용하였기 때문에 총 14곡중 한곡만 살아생전에 출판하고, 나머지곡은 사후에 출판하라고 했었답니다. 살아생전 출판을 허용한 유일한 곡 '백조'는 14곡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며, 제일 유명한 곡이라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몇몇 곡들을 보면,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 사자의 위엄있는 걸음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피아노로 표현
"수탉과 암탉"
- 수탉이 모이를 쪼는 모습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묘사
"당나귀"
- 지휘자분께서 아이들에게 '당나귀'를 본적이 있냐고 했더니, 동물원 또는 동화책에서 봤다고 대답하더군요. ㅎㅎ 지휘자분은 어른들은 작년에 방송에서 했던 차마고도 다큐를 봤으면 알거라면서 중앙아시아의 평원을 다니는 야생 당나귀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했습니다.
"거북이"
- 거북이는 뭐가 생각나냐고 물으니, 토끼와 거북이가 생각나고 등껍질이 생각난다고 대답하더군요. ㅋㅋ 지휘자분의 말에 따르면, 이 곡은 생상을 시기하던 오펜바하의 "천국과 지옥"의 서곡에 나오는 음악인 '캉캉'을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거북이의 느린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10배 정도 느리게 연주했다고 하네요. 이런게 오펜바하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구요. ㅋㅋ 마침, 주말에 타순양이 피아노 학원에서 '캉캉' 음계를 배워와서 입으로 계속 주절주절하던차에 이 음악이 나와서 타남매가 아주 좋아했습니다.
"코끼리"
- 코끼리가 거대한 덩치로 왈츠를 추는 모습을 콘트라베이스로 표현했다고 하네요. 가벼운 춤곡인 왈츠를 무거운 저음인 콘트라베이스로 연주하니, 정말 코끼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
"캥거루"
- 캥거루가 호주에 산다고 아이들이 대답하자 너무 똑똑하다고 칭찬도 한번 하시고, 캥거루가 폴짝 폴짝 뛰어다니다가 잠시 걷고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수족관"
-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수족관에 처음 들어가면 작은 물고기들이 먼저 있고, 그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원래는 첼레스타로 연주해야 하는데, 공연에서는 실로폰으로 묘사했습니다. 영화에서 수족관 장면이 나올때 많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많이 들어본 멜로디였습니다. ㅎㅎ
"노새"
- 음악을 이해못하는 아둔한 동물인 노새의 히힝거리는 소리를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아이들에게 노새를 물었더니, 어떤 아이 하나가 '노'는 영어고, '새'는 한글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더군요. No새! ㅋㅋ
"숲속의 뻐꾸기"
- 뻐꾸기를 우는 소리를 들어보았냐고 지휘자 분께서 물으시니 어떤 아이가 뻐꾸기 시계에서 들어봤다고 답하더군요. ㅋㅋ 잔잔한 숲속의 분위기를 피아노가 표현하고, 뻐꾸기 우는 소리를 클라리넷이 뻐꾹~ 하고 소리를 내었습니다. 클라리넷 소리가 정말 뻐꾸기 소리와 잘 어울리더군요.
"커다란 새장"
- 새장속에서 새들이 날아다니다가 새장에 갇혀서 더 이상 앞으로 날아갈 수 없는 그런 모습이라고 합니다.
"피아니스트"
- 유일하게 동물이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무능한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풍자했으며, 체르니의 음계 연습을 계속 반복하며, 피아노 배울때 틀리면 선생님께서 회초리로 손을 탁탁~ 치며 다시! 하는 그런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가 음계 연습을 하다가 현악기군이 선생님의 회초리 탁탁~을 소리내고,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화석"
- 화석에 나온 모양은 암모나이트였습니다. 총 14곡중에서 가장 많은 곡이 인용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생상 자신이 쓴 '죽음의 무도', 그리고 프랑스 민요 2곡도 인용했다고 합니다.
"백조"
-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생상이 살아생전에 출판을 허용했던 유일한 곡입니다.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는 이 곡은 정말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이곡을 들으면서 떠오른 음악이 Chuck Mangione이 연주한 'Consuelo's love theme'이었습니다. 앞소절과 분위기가 좀 비슷합니다. ㅎㅎ 조만간 Chuck Mangione의 음악을 소개하겠습니다. ^^
"종곡, 피날레"
- 마지막 피날레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동물이 잠깐씩 나온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ㅋㅋ 이 한곡만 들으면 앞에 들었던 곡을 몽땅 요약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
지휘자분이 워낙 상세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타남매도 중간 중간 다른 짓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억속에 남는 설명들이 있는 듯 했습니다. ^^
14곡이 다 끝나고 난뒤, 아이들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뽀로로"를 연주해주었습니다. ㅎㅎ 타남매를 비롯하여 많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더군요. ^^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의 클래식 체험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p.s.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강북에서는 시내에 차가 많지 않아 기어왔지만 막히지 않고 잘 왔는데, 동호대교에서 올림픽대교쪽으로 유턴하자마자 차가 꽉~ 막혀 가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유턴하여 아래쪽 구룡사쪽으로 주욱~ 따라내려왔습니다. 거기까지도 생각보다 덜 막히더군요. 구룡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서울-용인 고속도로를 타고 분당 미금역까지 막히지 않고 잘 왔습니다. 하지만, 집에 거의 다와서 1-2km를 남겨두고 도로가 거의 주차장이 되었습니다. 고가 올라가는 언덕이 얼어서 길이 미끄럽고, 또 저 멀리 아래로 내려가는 언덕길이 미끄러운지 1-2km 가는데 거의 40분이 걸렸습니다. -,- 결국 거의 2시간 30분만에 집에 도착했다는~~ 그래도 타남매는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러닝맨"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잘 왔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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